강동훈 원장
평소 건강하던 이부장은 2달 전에 직장에서 단체 검진을 받고 정상이라고 통보 받았는데 대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해서 지난주에 병원에 갔다가 대장암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해보니 작년부터 술을 마시면 다음날은 설사를 자주했지만, 과민성대장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내원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의 많은 노력으로 우리나라 국민 평균수명이 선진국을 능가하고 있지만 대장암은 암발생률과 암사망율이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늘고 있는 추세이다. 질병의 예방을 위해 국가에서 시행하는 암검진이나 공단검진은 비용대비 효과는 탁월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 효과가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암검진에서 정상이라고 통보받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암 말기로 진단받았다고 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암검진을 시행하다 보니 암진단 검사법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대장암 일차 검진은 현행 수가로 2610원인 분변 잠혈반응검사를 하고, 대변에서 혈액의 흔적이 있는 경우(잠혈반응 양성)에 한하여 이차 검사로서 대장조영술이나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한다.
가장 간단하고 저렴한 대장암 검진법인 분변 잠혈반응검사는 피가 비치는 치핵이나 치열이 있을 때 양성으로 나오지만, 혈변이 없는 대장암은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민감도가 30~50% 정도로 낮은 데 이 검사법으로는 대장암이 있어도 1/2 이나 1/3은 정상이라고 나온다는 뜻이다.
암을 진단하는 데 민감도가 낮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심각한 오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단순히 대변검사를 받았지만 대장암이 없다고 통보하게 되면 검사를 받은 사람은 검사 방법의 진단 유용성을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대장암이 없다고 확신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민성 대장 증상이 있거나, 혈변을 본 적이 있는 경우,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대장암 일차검진으로 시행한 대변검사에서 정상이라 하더라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암은 증상이 특징적이지 않아서 간과하고 지내다 보니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만약 검사를 시행한다면 대장조영술보다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시경검사를 시행하면 대장에 용종이나 궤양 등 병변이 있으면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어서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는 검진 의사의 전문분야에 따라 대장암 진단율에 차이가 있어서 소화기 질환을 전공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찾아서 검사를 받도록 하고 , 검사 후에는 대장의 어디까지 검사하였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간혹 회맹부에 대장암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좌측 대장만 검사를 하면 정상으로 판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부 수술이나 골반 염증 등으로 장유착이 있으면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소장 말단부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필요하면 추가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전에 비하여 대변을 비우는 대장세정제를 복용하기 간편해졌고 수면내시경검사가 보편화되면서 고통없이 편안하게 대장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장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50세 이상에서는 5년 주기로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하지 못 할 경우에는 대장조영술검사와 에스결장경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성 용종증이나 궤양성대장염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매년 대장내시경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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