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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한내과 강동훈
여중생이 방귀가 괴로워서 학교를 못 다니겠다고 내원하였다. 진료중에도 본인은 방귀를 참느라고 무척 힘들다고 호소하였지만 같이 오신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신경성이라고 간주하였다. 수업시간에는 온통 방귀를 참기 위하여 항문에 힘을 주고 긴장을 해서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진료를 받았지만 신경성이라고 만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정말 이 학생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걸까 하는 의심이 든다.
방귀란 장 속에 있는 가스가 항문을 통해 빠져 나오는 현상으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하루에 10회 이상 방귀를 뀐다. 장 속에 있는 전체 가스의 양 중 70%는 입을 통해 위장관으로 들어온 것이고, 20%는 혈액으로부터 나머지 10%는 대장균, 장구균 등 장내 세균의 작용으로 탄수화물이 발효되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체내의 가스는 호흡을 통해서 배출되거나 트림, 또는 방귀로 빠져나가게 된다. 장 속의 가스는 대부분 질소, 수소, 이산화탄소, 산소, 메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한 방귀의 냄새를 나게 하는 가스는 과거 인돌(indole)이나 스카톨(skatol)로 생각되어 왔으나 최근의 연구로 메탄티올(methanethiol), 황화메틸(dimethylsulfide), 황화수소(hydrogen sulfide)가 주범임이 알려지게 되었다.
치료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장내 가스를 줄이거나 장관운동장애가 있을 때 이를 호전시키는 것이다. 공기를 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껌이나 캔디를 씹는 것을 피하고, 금연시키고, 구강 내를 청결하게 한다. 악취를 많이 낸다고 알려진 고기나 계란, 우유 등을 피하고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호전된다. 호기수소검사로 탄수화물 흡수장애가 진단되면 콩 종류, 과일, 전분의 섭취를 줄여야 하며 유당흡수장애가 있으면 우유의 섭취를 금하여야 한다. 유당흡수장애가 있고 우유를 마셔야 될 경우라면 유당분해효소를 같이 먹이거나 우유 대신 요쿠르트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방귀가 심한 경우는 식이요법 외에도 유산균 같은 약물 요법을 병행하면 좋아지기도 하지만 어떠한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심각한 대인관계의 장애가 생길 수 있다.
활성화된 활성탄(charcoal)은 식전에 투여시 가스 생성을 줄일 수 있다. 장 내 공기 방울의 탄력성을 변화시켜 방울을 깨지게 한다고 알려져 있는 시메티콘(simethicone)은 장 내 가스 제거 목적으로 자주 처방되나 그 효율성에 대해서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 장이 유착되어 장내 세균 증식에 의해 가스 생성이 증가된 경우라면 항생제 투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장운동장애가 있는 경우는 섬유소나 삼투성 완화제를 투여하여 배변을 하게 하며 이외 위장운동에 관여하는 도파민수용체 차단제나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제를 투여하면 증상의 완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심한 방귀가 있는 경우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전문의의 상담으로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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