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훈 원장

 김부장은 작년에 직장 검진에서 당뇨로 진단받고 약을 먹고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회식을 하는 날은 당뇨약을 먹고 괜찮으면 며칠씩 중단하곤 한다. 어머니도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셔서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평생 약 먹는게 부담이 되어 되도록 식이 요법으로 조절하고 약을 중단하려고 한다.

김부장처럼 대다수 환자는 초기에 당뇨로 진단 받고도 약을 투여 받기 꺼린다. 오래먹으면 약이 잘 듣고 부작용이 많다. 성생활이 힘들다.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기피한다. 하지만 질병 초기에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심혈관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       

　당뇨병 초기에는 혈당을 성공적으로 조절하다가 나중에 관리를 제대로 못한 환자와 초기에는 조절하지 못했지만 늦게 집중적인 혈당 조절을 하는 다른 환자를 비교해서 어떤 환자가 혈관합병증 예방에 더 효과적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물론 고혈당 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신속하고 지속적인 혈당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두 경우 모두 최선의 조절과 치료를 받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혈당을 지속적으로 조절하지 못한 만큼이나 혈당 조절 시점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최근 ''UKPDS' 당뇨연구 종료 후 환자들을 장기적으로 관찰한 결과, 당뇨 진단시점부터 혈당을 적극적으로 조절한 환자가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혈관합병증 예방 효과가 탁월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최근의 많은 연구들도 조기에 엄격한 혈당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ACCORD', 'VADT',  'ADVANCE' 연구 등 많은 당뇨연구에서는 고위험 당뇨병 환자에서 가이드라인보다 엄격하게 혈당을 조절하면 합병증이 예방된다고 검증했으나, 이들 연구는 당뇨병 이환기간이 길고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환초기가 아닌 고혈당 노출이 이미 장기간 지속된 상태였기 때문에 대혈관합병증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는 고혈당 발생 시 초기에 혈당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공격적인 강하전략을 써도 초기공략 만큼의 합병증 개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고혈당 발생 초기에 세포단백질의 이상반응을 인체가 기억해 장기적으로 향후 혈관합병증 예후를 악화시킨다는 '대사기억(metabolic memory)'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직 가설단계이지만 당뇨 초기에 ·집중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것이 합병증 예방에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많은 의료인이 공감하고 있다.